#002 AN INTERVIEW WITH ARTIST CHOI, SUNG-HUN + PARK, SUN-MIN
K: 최승훈+박선민은 디자이너인가요, 예술가인가요?
예술가와 디자이너라는 경계가 모호한 다양한 아트웍을 보여주는 최승훈+박선민의 예술적인 작업과 디자인작업에 대한 비교적인 생각이 궁금합니다.
C+P: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는 듯 해요.
굳이 선택하라면 예술가를 택하겠습니다.
예술가는 황제처럼 생각하고 걸인처럼 일하 기 때문에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미적취향은 제가 절대 놓지 않는 끈과 같은 것인데, 눈을 감은 채 그 끝을 잡고 걸어가고 있는 중이죠.
그래서 작업형식과 분야에 대한 경계를 많이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K: 최승훈+박선민의 작업은 진솔하고 조금은 진지한 듯 담담한 태도로 다양한 매개체 및 방법을 통해 ‘개념’을 말하고 ‘소통’을 원하는 작업물을 만들어 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승훈+박선민이 아트웍에서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것인가요?
C+P: 메시지를 주려고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메시지를 찾으려 작업합니다.
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또 다른 창의적인 작업일 것입니다.
그리고 메시지는 주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이가 가져가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K: 최승훈, 박선민 개개인이 아닌 최승훈+박선민이 만들어내는 아트웍에 대한 시너지효과는 어떤 점이 있을까요?
C+P: 장단점으로 말하는 게 적절할 듯 합니다.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죄책감을 받지 않아서 좋습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 지에 대해 서로 너무나 잘 공감하고 있으니까요.
예상하시겠지만 서로를 너무 잘 안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지요.
혼자 하는 것보다 어떠한지는… 그저 이런 식이 우리의 작업 일 뿐입니다.
K: 가끔은 최승훈과 박선민이 분리된, 개개인의 아트웍이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최승훈+박선민이 아닌 최승훈 Vs. 박선민 개개인을 말한다면 어떤 주제로 시작할 수 있을까요?
C+P: 하나의 대표적인 주제를 말하기에는 두 사람 모두 편력이 심한 편입니다.
생각해보면 작업 안에서 서로가 뒤섞인 것도 상당히 개인적인 결과물 역시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린 삶이 뒤섞여있으므로 이래저래 많든 적 든 개입 없이 일이 진행되기 힘들어서 지금까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기도 구별하기에도 여력이 없었어요.
그냥 우린 이 회사의 스텝으로, 한 레이 블의 이름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정도가 덜 귀찮고 오히려 자유로운 듯 합니다.
물론 앞으로 개인의 이름으로 일이 있을 수 없다는 얘긴 아니 고 (앞으로의 얘긴 알 수 없으므로) 지금까지의 상황은 그러합니다.
개개인에 대해 말한다면 각자 제일 좋아하는 책을 예를 들면 최승훈은 <유리알유희> 박선민은 <백년동안의 고독>.
K: 최승훈+박선민은 비정기 간행물인 VERSUS의 아트디렉터로 활동하며, 모든 ‘하나’에 존재하는 미묘한 양면성이나 모든 ‘둘’사이에 존재하는 팽팽 한 관계를 이미지와 글로 표현합니다.
어떤 것에 존재하는 양면성을 ‘and’ 혹은 ‘or’가 아닌 대립적인 의미가 좀 더 강한 ‘versus’로 표현하는 이유가 어떤 것 입니까?
C+P: 위험이 없으면 재미도 없는 것 같습니다.
둘의 가장 아슬아슬하고 평화로운 상태가 ‘VS’ 아닐까요?
K: 최승훈+박선민 아닌 다른 파트너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어떤 사람이며, 어떤 작업을 해보고 싶은가요.
만약 함께 작업하고 싶은 파트너가 없다면 하고 싶은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 분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어 아트디렉터로 패션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C: 다른 사람과 일하는 것을 꿈꾼 적은 없습니다.
좀 추상적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만약 혼자라면 모든 면에서 최소한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
P: 창의적인 일은 모든 다 즐겨 하는 것 같습니다.
뭔가 잘해서라기보다 호기심이 워낙 많고, 멋진 결과물에 대한 강박보단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죠.
그래서 이런 마인드만 맞고, 누군가 우리를 믿어준다면 다른 분야에서 해 보고 싶은 일은 많아요.
아마도 이런저런 잡다한 관심들 때문에 예술 가가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구요.
그 스펙트럼에 한계가 예술만큼 없는 건 없는 듯해서요.
예술가는 시인이기도, 생물학자이기도, 역사학자이기도, 여행자이기도, 디자이너일 수도 또 그 무엇일 수도 있으니까요.
K: 독일에서 공부했던 배경이 현재의 최승훈+박선민의 작업물이 나올 수 있게 준 영향은 기술적인 면이 아닌 작업에 대한 철학에 당연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일 많이 받았을 질문일 것 같지만) 독일을 선택했던 이유와 그곳에서 익힌 철학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궁금합니다.
C+P: 그 당시에는 유럽이 미국보단 더 이국적이어서, 그리고 시간이 많을 것 같아서 선택한 것 같아요.
그런데 실제로 독일에 있으면서 제일 힘들기도 하고 제일 좋았던 것이 시간이 많다는 것이었죠.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많으니 할 수 있는 것들이 이전에 하던 것들과는 아주 많이 달랐어요.
그런 상황이 작업에 몰입할 수 있게 했던 것 같습니다.
K: 어느 분야든 Trend(트렌드)는 존재하고, 어떤 분야는 빠른 속도나 과도한 표출에 받아들이기 버거울 때 조차 있습니다.
최승훈+박선민이 생각하는 요즘의 트렌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C+P: 저희는 시내한복판에 살고 있지만 상당히 격리된 느낌으로 살고 있습니다.
트렌드는 앞의 얘기가 아니라 지금과 일반의 얘기인 듯 한데요, 그렇게 볼 때 지금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것이라면 알록달록 올록볼록 거위털인지 오리털인지 모르는 국민점퍼와 아이폰.
K: 집 안에서 구매한지 가장 오래된 디자인 제품 또는 누군가의 예술작품은 어떤 것이며, 처음에 어떤 계기로 구매하게 되었나요.
C+P: 벼룩시장에서 산 180cm높이의 액자로 1800년대 만들어 졌으며 드레스덴 미술관(독일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 안에 있는 국립 미술관)에서 사용되다 나왔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고색창연하고 아름답습니다.
K: 최근에 가장 관심을 갖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C+P: ‘육아’.
힘들 때도 있지만 현재 29개월 아이가 커가면서 보여주는 변화처럼 흥미진진 예고 없음은 없는 듯합니다.
또 한가지는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며 올해 정원을 무엇으로 어떻게 채울지 농사 계획.
K: 현재 활동하는 아티스트나 보여지는 다른 이의 작업물 중에서 최승훈+박선민의 작업에 영향을 주거나 또는 관심이 가는 점이 있나요?
C+P: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챙기는 습관이 있지만 잘 말하지 않아요.
아주 개인적으로 공유하는 이기적인 예술가라고 하면 정답.
K: 마지막으로 최승훈+박선민이 서로 많은 걸 공유하지만 ‘이것 만은’ 각자 따로 하는 게 있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C+P: 작업시간이 달라요.
최승훈은 밤시간, 박선민은 아침시간.